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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시 속 한국 전통 정원 구현 : 소규모 한식 정원의 핵심 포인트
    한국 전통 주거 양식과 인테리어 융합 사례 2025. 7. 12. 05:58

    도시의 콘크리트 속, 자연을 품은 한국 전통 주거 양식의 재해석

    빠르게 변화하는 도시의 중심에서 사람들은 정서적인 메마름과 소진을 경험하게 되어 점점 자연을 갈망하게 된다. 고층 빌딩 사이에 숨겨진 소소한 정원이 주는 위안은 생각보다 크다. 이러한 도시민의 욕구는 현대 정원 문화에 변화를 이끌고 있으며, 특히 한국 전통 정원에 대한 관심도 다시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도시 공간의 한계로 인해, 전통 정원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구현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주목받는 것이 바로 ‘소규모 한식 정원’이다.
    한식 정원은 단순히 식물을 심는 공간이 아니다. 철학과 미학,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담은 전통 공간이다. 특히 작은 공간일수록 더 정교하고 의도된 구성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단 한 평의 마당에도 자연의 시간성과 계절감을 담아낼 수 있어야 한다. 이 글에서는 도시 속에서 구현 가능한 소규모 한식 정원의 핵심 요소들을 살펴보고, 어떻게 현대적인 공간에 한국 전통 정원을 정갈하게 녹여낼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한국 전통  정원 구성을 통한 사의(四意)의 반영 : 비움과 여백의 미학

    소규모 한식 정원을 구현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공간 구성이다. 한국 전통 정원은 겉으로 보기에 단순해 보여도, 그 내부에는 철저한 미학과 철학이 깃들어 있다. 핵심은 ‘사의(四意)’, 즉 풍류(風流), 절제(節制), 자연(自然), 여백(餘白)의 정신을 담는 것이다. 예를 들어, 돌 하나를 놓더라도 그 위치와 모양, 주변과의 어울림까지 고려해야 한다.
    소규모 공간에서는 '비움'이 특히 중요하다. 공간이 작기 때문에 너무 많은 식재나 구조물을 넣으면 오히려 정원의 본질인 절제와 여백의 아름다움이 사라진다. 돌, 자갈, 소나무, 그리고 작은 연못 등은 한식 정원의 핵심 요소다. 그러나 이들을 전부 사용하는 대신, 핵심적인 하나 또는 둘을 선택해 여백을 살리는 것이 관건이다. 예컨대 담장 옆에 낮은 괴석과 왜소한 소나무 한 그루만 배치해도 자연을 느끼게 할 수 있다. 여기에 조명과 그림자를 활용하면 낮과 밤이 다른 느낌을 주어 ‘시간이 머무는 공간’으로 승화될 수 있다.

    한국 전통 주거 양식, 정원

     

    자연과의 조화 : 재료 선정과 식재 디자인의 중요성

    도시 속에서 전통 정원을 구성할 때 자연과의 조화를 어떻게 이룰 것인지가 가장 큰 과제 중 하나다. 특히 식재 디자인은 공간의 분위기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다. 한국 전통 정원은 대체로 자생 식물을 중심으로 조성된다. 인위적인 형태보다 자연스럽게 자라나는 방식이 미덕으로 여겨진다. 예를 들어 노송, 단풍, 소국, 억새 등은 전통적인 정원에서 자주 활용되는 식물이다.
    작은 공간에서는 계절감을 강조할 수 있는 식물의 선택이 중요하다. 봄에는 복수초나 매화, 여름에는 수국, 가을에는 단풍과 억새, 겨울에는 소나무를 중심으로 구성하면 사계절의 흐름을 공간 안에서 느낄 수 있다. 재료 역시 중요하다. 돌이나 목재는 너무 가공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질감을 살리는 것이 자연과의 조화라는 측면에서 훨씬 효능감을 가질 수 있다. 도시에서는 이러한 자연 재료를 찾기가 어렵지만, 최근에는 전통 재료를 활용한 친환경 마감재도 다양하게 개발되고 있다. 이들을 적극 활용하면 도시 속에서도 전통의 깊이를 담아낼 수 있다.

     

    정신성의 구현 : 풍경을 감상하는 방식과 시선의 흐름

     

    한식 정원의 진정한 가치는 단순한 시각적 미학을 넘어서, 감상자의 ‘사유’를 유도하는 데 있다. 정원은 보는 방향에 따라 완전히 다른 풍경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차경(借景)’이라 하며, 자연의 일부를 빌려와 마치 정원의 일부인 듯 연출하는 것이다. 소규모 공간에서도 이 차경의 원리를 적용할 수 있다. 예컨대 창밖의 나무 한 그루를 정원 구성의 일부로 활용하거나, 거울과 조명을 이용해 작은 공간을 더 깊고 넓게 보이게 만들 수 있다.
    또한 감상자의 시선이 어떻게 흐를지를 디자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낮은 돌담 너머로 소나무 가지가 걸쳐지도록 하거나, 좁은 오솔길을 따라 걸으며 정원의 다른 면을 하나씩 만나는 방식으로 연출할 수 있다. 이런 연출은 정원을 단순한 휴식 공간이 아닌, 감성적인 성찰의 공간으로 만들어준다. 빠르게 변화하며 쉼이 없는 현대 도시인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시각적 힐링이 아니라, 마음을 쉬게 하고 생각하게 하는 정원이다. 한식 정원은 그 깊이를 담을 수 있는 완벽한 매개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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