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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옥의 댓돌, 현관을 바꾸다: 감각적인 현대 인테리어로 재해석한 전통 요소
    한국 전통 주거 양식과 인테리어 융합 사례 2025. 7. 23. 14:45

    현대 인테리어는 점점 더 ‘정체성’과 ‘스토리’를 담아내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무채색의 미니멀리즘이나 북유럽 감성의 복제된 감각으로 대표되는 최근의 인테리어에서 벗어나, 이제는 삶의 뿌리와 연결된 전통 요소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하는 것이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그 중심에 놓인 소재 중 하나가 바로 '한옥의 댓돌'이다. 댓돌은 단순한 석재 구조물이 아니라, 실내와 실외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이어주고, 주거자의 태도와 생활양식을 표현하는 상징적 요소였다. 이 전통적 구조물이 현대 주거공간, 특히 현관 인테리어 디자인에 어떻게 감각적으로 응용되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은 단순한 디자인을 넘어선 문화적 탐구라 할 수 있다. 댓돌의 의미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인테리어는 단순히 아름다움을 넘어, 일상 속의 ‘자리’에 대한 철학적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댓돌의 전통적 기능과 상징성

    한옥에서 댓돌은 문지방 앞에 놓여 있는 낮은 돌로, 실내로 들어가기 전 신발을 벗고 올라서는 공간이다. 이는 단순히 외부와 내부를 구분하는 구조가 아니라, 공간의 경계를 의식적으로 체험하게 만드는 장치였다. 방문자는 댓돌 앞에 서서 잠시 멈추며 몸을 낮추고 신을 벗고 마음을 정돈하는 시간을 가졌다. 다시 말해, 댓돌은 물리적 기능을 넘어서 정신적인 ‘전환의 장소’로 작용했다. 이처럼 댓돌은 건축 구조물이면서도 생활의 리듬을 조절하는 문화적 장치였다. 이러한 전통적 의미를 고려할 때, 댓돌은 단순히 현관에 돌을 놓는 개념이 아니라, 공간을 대하는 태도, 그리고 입구에 대한 인식의 차이를 현대 주거공간에도 적용할 수 있는 훌륭한 모티프로 작용한다.

     

    한국 전통 주거 양식, 댓돌

     

    현대 인테리어에서의 댓돌 재해석

    현대 주택에서는 댓돌이라는 명칭 자체보다는 ‘현관 플랫폼’, ‘입구 존(zone)’과 같은 용어로 바뀌었지만, 그 개념은 여전히 응용 가능하다. 최근에는 현관에 자연석 또는 인조석을 활용한 단차를 둠으로써 공간 분리감을 시각적으로 구현하거나, 입구 앞 작은 마당형 구조를 구성해 심리적 여백을 마련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예를 들어, 바닥 마감재를 실내와 외부에서 달리하거나, 출입문 앞 공간에 원목 플랫폼을 배치하여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디자인이 그것이다. 이때 핵심은 단차(段差) 혹은 높이 변화를 통해 공간을 구분하고  ‘입장’이라는 행위를 의식하게 만드는 것이다. 또한, 조명과 재질의 대비를 통해 입구 공간에 집중도를 주는 디자인도 댓돌 개념의 현대적 활용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식으로 댓돌의 개념은 구조물이 아닌 감각적 연출로 재탄생할 수 있다.

     

     

    댓돌이 주는 감성적 효과와 공간의 품격

    댓돌을 현대 인테리어에 적용하면 단순히 전통적인 감성을 느끼게 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가장 큰 효과는 공간의 리듬과 속도 조절이다. 댓돌로 인해 현관에서 실내로 진입하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단절’되면서도 ‘연결’된다. 이는 무의식적인 동선의 흐름을 조절하여, 사용자로 하여금 공간마다의 쓰임새와 공간의 분리를 인지하게 만드는 효과를 준다. 더 나아가 이런 작은 디테일은 집 전체의 공간 품격을 높이는 역할도 한다. 특히 현대 아파트나 빌라 구조에서는 현관의 정체성이 모호해지는 경우가 많은데, 댓돌을 응용한 인테리어는 입구 공간의 상징성과 의미를 되살려준다. 이를 통해 사용자는 자신이 '어디에 들어서고 있는가'를 몸으로 인지하며, 공간과 더욱 깊은 관계를 맺게 된다.

     

     

    댓돌에서 출발한 새로운 인테리어 제안

    한옥의 댓돌 개념을 현대에 적용하는 방식은 다양하게 확장 가능하다. 예를 들어 입구 바닥에 거친 텍스처의 돌이나 목재를 배치하여 감각적인 촉감을 전달하거나, 현관 천장의 높이를 낮추고 조명을 간접으로 설계해 긴장감을 조절하는 식의 설계도 댓돌의 ‘정신’을 구현하는 방식이다. 또한, 미세먼지나 바이러스 시대에 맞춰 현관에 손 씻기 공간이나 외투 걸이, 살균장치 등을 배치해 기능성과 위생까지 고려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재해석된 댓돌’은 결국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전통의 진화형태다. 전통은 과거를 그대로 따르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삶과 연결될 때 비로소 생명력을 얻는다. 댓돌이 그러했듯이, 현대 인테리어는 단순히 아름다움을 넘어, 사용자와 공간 사이의 인지적 전이를 디자인하는 예술이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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