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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옥의 댓돌, 정원에 스며들다: 전통 석재가 현대 조경에 미치는 감성 디자인 효과
    한국 전통 주거 양식과 인테리어 융합 사례 2025. 7. 23. 22:06

    최근 조경 디자인 분야에서는 단순히 ‘꾸미는 공간’이 아닌, 삶의 흐름과 감정을 담는 정원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현대 정원은  인공적인 정형미를 넘어 자연의 흐름을 닮으려 하며, 이 과정에서 한국 전통 건축의 석재 요소들이 새로운 주목을 받고 있다. 그중에서도 한옥의 댓돌은 기능과 상징, 그리고 정서를 모두 품고 있어, 정원 인테리어에서 독창적인 디자인 모티프로 활용되고 있다. 댓돌은 단순한 집을 출입할 때 단차를 줄이기 위한 돌이 아니라 공간의 경계를 부드럽게 이어주는 감성적 장치였으며, 이 전통 요소를 현대 조경에 응용할 경우, 단순한 조형을 넘어선 감정적 연결과 시선의 흐름을 설계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한옥의 댓돌이 어떻게 현대 정원 디자인 속에 통합되어, 정서적 깊이와 공간의 품격을 동시에 구현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한옥의 댓돌, 경계를 품은 석재의 상징성

    한옥에서 댓돌은 실내로 들어가기 전 신발을 벗고 마음을 정돈하는 자리였다. 이는 단순한 돌 구조가 아닌, 경계에서 멈춤과 전이를 이끄는 의미의 공간이었다. 이런 구조적 디테일은 오늘날 정원 조경에서도 매우 중요한 개념으로 작용한다. 특히 정원은 실내와 실외, 혹은 생활공간과 휴식 공간 사이를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중간지대로서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댓돌이 지닌 철학적 속성이 그대로 투영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데크나 현관과 연결되는 정원 동선에 단차가 있는 돌을 배치하면 사용자는 무의식적으로 ‘하나의 경계’를 인지하게 되고, 공간에 대한 태도도 달라진다. 댓돌이 있던 자리처럼, 정원 입구나 테라스 앞에 놓인 돌 하나는 그 자체로 공간의 질서를 만들고, 시선을 멈추게 하는 기능과 자연스럽게 쉼을 추구하는 역할을 한다. 이런 석재 요소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공간의 흐름과 감정의 호흡을 조절하는 장치가 된다.

     

    댓돌의 재료와 형태를 현대 정원에 적용하는 방법

    한옥에서 댓돌은 대개 화강암, 현무암, 혹은 지역의 자연석으로 구성되어 있었으며, 그 질감과 무게감은 주변의 흙, 나무, 마당과 잘 어우러졌다. 이를 현대 정원에 적용할 때에는 돌의 재료, 질감, 배치 방식을 재해석하는 것이 핵심이다. 최근 조경 디자이너들은 표면이 거칠고 불규칙한 자연석을 활용해 댓돌의 질감을 되살리는 방식을 선호한다. 이런 돌은 자연스러우면서도 단단한 인상을 주며, 식재 공간이나 잔디 구역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또한, 좌식 문화를 반영한 댓돌의 낮은 높이를 활용하여 정원 곳곳에 간이 좌석이나 화분 받침, 테이블로도 재해석할 수 있다. 특히 댓돌을 식재 경계나 수로 옆의 마감 요소로 활용하면, 자연과 인공 구조물이 부드럽게 만나는 시각적 통일성을 확보할 수 있다. 이처럼 댓돌은 실내로 들어가기 전 신발을 벗던 고정된 용도에서 벗어나, 다기능적이며 상징적인 조경 요소로 탈바꿈하고 있다.

     

    감성을 자극하는 조경 디자인, 댓돌이 중심이 되다

    현대 정원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시각적 아름다움만이 아니라, 공간에 머무는 시간 동안의 감성 경험이다. 댓돌은 이 감성 경험을 이끌어내는 핵심 장치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정원의 입구에 낮은 석재를 배치하면, 사용자는 그 앞에서 잠시 멈추고 주변을 둘러보게 된다. 이는 전통 한옥의 댓돌 앞에서 자연스럽게 행동을 전환하던 것과 유사한 심리적 효과다. 또한, 댓돌 주변에 물소리가 흐르는 수로, 혹은 자연식재를 함께 구성하면 돌의 차가운 질감과 자연의 부드러움이 조화를 이루어 감각적으로 풍부한 정원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댓돌 위에 작은 장식품이나 조명 장치를 더해 밤에는 은은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이런 감성 중심의 디자인은 단순히 정원을 꾸미는 것을 넘어, 삶의 리듬을 조율하고, 마음을 정돈하는 쉼터, 자연의 편암함을 즈끼게 해주는 정원을 구현하게 해준다.

    한국 전통 주거 양식, 댓돌

     

    댓돌을 중심으로 한 정원 공간 구성 제안

    댓돌을 활용한 정원 인테리어를 구성할 때에는 ‘자리’의 철학을 중심에 두는 것이 중요하다. 단순히 돌을 장식적으로 두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가 머무를 수 있는 동선, 시선의 흐름, 그리고 공간의 중력 중심을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정원 내 산책로 중간 지점에 넓은 댓돌을 배치해 자연스럽게 앉을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하거나, 작은 연못이나 화단의 시작 지점에 댓돌을 두어 시각적 리듬을 만드는 구성이 유용하다. 댓돌을 중심으로 한 공간 설계는 전통의 질서감을 현대적 감각으로 전환하는 과정이며, 이로 인해 정원은 단순한 야외 공간을 넘어 사유의 장소이자 감정적인 편안함의 정착지로 거듭난다. 댓돌은 과거의 흔적을 담고 있으면서도, 그 의미를 새롭게 부여할 수 있는 유연한 조경 요소이기 때문에, 현대 정원 디자인에서 정체성과 독창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훌륭한 해답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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